어디에든, 무엇에든.....
by 홀릭
농담하는 카메라




















성석제,는 나에게 좋아하는 작가라기보다는 좋아해야만 할 것 같은 작가였다. 즐겨보던 페이퍼나 페이퍼의 필자인 황경신의 책, 글을 읽다보면 성석제에 관한 이야기가 종종 나오는데, 글 속의 '성석제'라는 이름을 대할때마다 내가 좋아하는 친구가 좋아하는 무언가를 공감하고 싶은 마음이 들곤 했다. 그래서 본의 아니게, 성석제의 소설 몇권을 가지고 있는데. 조금 슬렁슬렁 읽은 감이 없진 않지만, 읽자마자 무릎을 탁 치게 하는 그런 쀨은 오지 않았다. 박민규의 소설에서는 그런 감이 탁-뒷통수를 스쳐지나갔기때문에, 그런 감상을 원했던 나에게 성석제의 소설은 조금은 싱거웠다.

그래도 성석제식의 문장짓기는 왠지 모르게 정이 갔다. '황만근은 이렇게 말했다'라던지 '번쩍하는 황홀한 순간'이라던지. 그리고 '농담하는 카메라'도 왠지 모르게 손이 가는 제목이라, 성석제의 글 자체에 대한 매력을 체감하지 못하고 있었음에도 나는 또 한권을 사버렸다. 응. 그래 사버렸다. '카메라'라는 단어가 '농담'이라는 유쾌함이 나를 끌어당기고 있었다.

최근에 블로그가 그 태생인듯한 책이 많이도 나오는데, '농담하는 카메라'도 조금은 그런류일꺼라고 생각했다. 따지고보면 그런 류이긴 하다. 사진이 있고, 그에 대한 작가의 신변잡기식 이야기들이 펼쳐진다. 작가의 경험담이 주를 이루고 있지만, 그 경험에 이런저런 지식들과 작가 특유의 감상과 독특한 문장이 살을 붙이고 있다. 그리고 그 완성을 빛나게 하는 성석제의 '농담'이 윤기나게 흐르고 있다. 이래서 내가 수필을 더 좋아하는거지. 작가의 개성을 마음껏 느끼기에 제격이다.

성석제의 농담은 외피가 아니라 글 구석구석에 간이 제대로 베어있어서, "어느 부분이 웃겼어"라고 말하기는 어렵다. 다만 나는 책을 보며 지하철을 타고 오는 내내 킬킬, 클클, 후훗, 푸훗 거렸다는 것이다. 그리고 어느 부분에서는 또 감정이 뭉클뭉클 거리고 있었다. 확실히 소설가 다운 면모랄까, 이야기를 전개해나가는데 있어서 극의 긴장을 최고조로 끌어올릴 줄 아는 솜씨에도 반했다. 그러니까 굉장히 글을 막(막국수 할때 그 막..책을 읽은 사람이라면 이 표현에 공감할까?!)쓰면서도 한 챕터가 끝나면 굉장히 잘 정돈된 정갈한 느낌을 받게 된다. 뭔가, 성석제의 손안에서 놀아났다는 기분까지 든다. 물론 유쾌한 쪽으로. 이런게 노련미라는걸까,싶기도 하다. 나는 정말, 말잘하는 사람, 글 잘쓰는 사람이 너무 좋은 거지.

성석제의 노련하고 유쾌한 농담에 빠져들 것 같다.



 
by 홀릭 | 2008/07/18 22:43 | 농담하는 카메라 | 트랙백 | 덧글(0)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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